1.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범죄 스릴러다. 주인공으로는 남자들끼리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두 부부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서로 편하게 집을 오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영훈의 아내인 유정이 살해당하고 그 범인으로 친구인 준성이 지목되면서 두 집안이 풍비박산 난 채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렇듯 시작하면서부터 범인이 지목되고 시작되지만 아무리 봐도 준성에게는 유정을 죽일 이유도 동기도 없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를 이유로 그를 살인범으로 강력하게 몰아가면서 아내를 잃은 영훈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준성의 아내인 다연 역시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오명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핍박받는 삶을 이어 나가면서 영훈에게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며 이를 재판에서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한다.
영화는 제목부터 이미 준성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 두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아무리 영화를 봐도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유정을 죽였는지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숨어있던 여러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2. 줄거리
아내와 절친한 친구를 동시에 잃은 영훈은 그야말로 만신창이 상태다. 분명 머리로는 친구가 그럴 리 없다고 믿으면서도 경찰이 내보이는 증거에 머리는 더욱 복잡해진다. 친구의 아내인 다연이 찾아와 남편의 명백함을 증언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영훈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그는 무작정 현실에서 도피하다가 어느 날 학부모들과 싸우고 있는 다연을 보게 된다.
다연과 준성의 딸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곳 부모들이 ‘살인자의 가족’이라고 하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는 울고 다연은 싸우다가 결국 우는 아이를 둘러업고 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본 영훈은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려 현실을 마주하고 친구에게 아내를 살해할 만한 동기가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이후로 그는 몇 차례에 걸쳐 현장을 만들어보고 재연하게 된다.
이를 알게 된 다연은 영훈과 함께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유정의 부모가 찾아와 불같이 화를 내는가 하면 경찰들은 이미 증거가 명백한 사건으로 지금에 와서는 판을 뒤집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흘리기도 한다. 그러던 중 영훈은 자기 집에 침입하고자 하는 남자를 잡게 되고 그의 수상스러운 모습에 근처 CCTV를 확인해서 그를 용의자로 생각하고 조사를 계속해 나간다.
결국 영훈은 그를 잡아 집에 가둬두고 고문을 하기에 이른다. 사실을 말하라고 다그치지만 남자는 입을 열지 않고 두 사람의 대치가 계속되던 중 다연이 찾아와 이를 보게 된다. 하지만 다연이 합류함으로써 오히려 붙잡혔던 남자는 진실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는 자기 부인이 다연의 남편인 준성과 바람이 났고 그에 대한 증거를 잡기 위해 준성을 따라오다 이 집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연도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다연은 이를 부인하며 그의 입을 막으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영훈은 깨닫는다.
그러던 중에 경찰이 영훈의 집을 방문하고 영훈이 문을 여는 사이 다연은 망치로 남자를 죽이고 자신 역시 스스로를 찔러 자해한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모든 사건의 진실은 잔인했다. 다연의 남편인 준성은 평소에도 다른 여자와의 만남이 잦았고 다연은 남편과 유정이 바람이 났다고 생각하고 우발적으로 다연을 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연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에서 남편의 머리카락이 떨어지면서 범인으로 몰리게 되었던 것.
즉 처음부터 범인은 다연이었기에 준성은 범인이 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그토록 남편의 무죄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 다연이 스스로를 자해하면서까지 벌인 연극 때문에 경찰들은 범인을 그녀가 아닌 영훈으로 몰아간다. 결국 영훈은 잡혀가고 다연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게 되며 그녀의 남편 준성은 무사히 무죄를 입증하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준성은 병원에 있는 아내를 대신해 처형에게 맡겨 둔 딸을 찾아서 데려오는데 이때 아내의 짐이라며 커다란 가방도 하나 건네받는다. 운전하던 도중 궁금함에 가방을 열어 본 준성은 그곳에서 발견된 범행 무기를 보고 범인이 영훈이 아니라 자기 아내인 다연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3. 슬픈 결말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다연의 감정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남편의 외도에 한순간 눈이 멀어 실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편의 외도 사실은 끊임없이 밝혀지게 되는데 그 상대 중에는 심지어 딸아이의 어린이집 친구 엄마도 있을 정도로 남편의 바람기는 심각한 편이었다. 어쩌다 일어난 일이 아니라 애초부터 외도하는 습관을 지녔을 확률이 높다. 부인도 그걸 알고 있기에 남편이 나간다고 했을 때마다 예민하게 대답했을 텐데 굳이 그런 남편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몸을 자해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쉽사리 이해되지는 않았다.
다만 한편으로는 남편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완벽한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딸과 남편이 온전한 자신의 따듯한 가족이 그녀에게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란 참 어리석고 감정적인 동물이라 때로는 우발적으로 실수를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동양의 속담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연이 겹침으로써 괜히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친구 부부라 하더라도 친할수록 조금의 거리감을 두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차렸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질투는 예로부터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악마의 약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때론 질투 때문에 그 관계가 망가지기도 하는 법이다. 나도 상대방도 서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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