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신이 나오지 않음에도 무서운 스릴러 영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영화에서는 로맨스나 가족애, 역사 장르의 영화들이 강세를 띠곤 했다. 스릴러라고 해봐야 잔인하거나 혹인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십 년 사이 한국의 영화들은 빠른 속도로 다양해지고 그 소재도 풍부해졌다. 스릴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과거에는 낯선 사람이나 낯선 순간, 혹은 낯선 존재에게서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방면 최근에는 익숙한 공간, 익숙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낯섦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곤 한다.
영화 목격자는 한 남자가 본인의 집에서 창문 너머로 살인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이 가장 두려운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범인이 나를 알고 있다는 불안감과 내 집을 알고 있다는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만드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은 어떤 것이 옳고 혹은 그른지를 충분히 판별할 만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행하지 않는 주인공에게 실망하거나 욕을 할 수 없다. 이는 모두가 충분히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낯선 장소에서 마주치는 낯선 일들에서 오는 공포보다 익숙한 공간이 가져다주는 공포가 더 큰 이유는 내가 믿었던 최후의 보루가 사라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즉 이곳마저 안전하지 않다면 과연 나에게 안전한 곳이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영화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크게 잔인한 장면이나 무서운 순간들을 드러내놓고 보여주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꾸준히 긴장하고 숨죽여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영화의 소개가 이야기하듯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조금의 루즈함도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이자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스릴러 영화 되시겠다.
2. 영화 목격자 줄거리
중년의 한 남성은 늦은 시각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웬 여성을 마주친다. 4층에 사는 여자였는데 여자는 남자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조금 전 비명이 들려서 깜짝 놀랐다며 혹시 소리를 듣지 못 했냐고 그에게 묻는다. 그는 딱히 들은 소리가 없다며 여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기 집인 6층으로 올라온다.
집에 도착해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쉬려고 하는 찰나, 밖에서 실제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시각은 새벽 2시를 넘어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이 자고 있을 시간, 그의 아내와 딸 역시도 깊은 잠에 빠져있다. 남자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베란다로 나갔다가 한 여자가 살해당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되고 112에 신고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잠에서 깬 아내가 물을 먹기 위해 거실로 나오게 되고 불을 켜면서 남자는 놀란 마음에 전화를 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바깥을 쳐다본 주인공은 범인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살해당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들이 탐문 수사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혹시나 자신이 목격자로서 증인을 하게 되면 범인이 자신과 가족들에게 위해를 끼칠까 봐 아무것도 못 본척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자는 공문까지 만들어 돌리고 있었고 이런 이유로 경찰들은 점점 더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다.
그러는 사이 영화의 시작점에서 마주쳤던 4층 여자가 주인공을 찾아와서 범인을 목격하지 않았느냐고, 같이 신고하자고 그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는 가족들이 우선이라 생각했기에 신고 대신 침묵하는 길을 선택했고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여자는 그 즉시 범인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4층 여자가 떨어트린 핸드폰을 가져다주러 갔던 주인공은 이를 또다시 목격하게 되지만 역시나 범인들이 자기 가족들에 해코지할까 봐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경찰들은 조사하던 중 주인공이 살인사건이 있었던 당일 112에 전화를 걸었었던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가 무엇인가 목격했을 거라 믿고 계속해서 증언을 요청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계속해서 본 것이 없다며 현실을 외면하지만 결국 범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게 되자 사실을 이야기하고 경찰에 협조하게 된다. 경찰은 이에 범인의 집을 습격하지만 실패하고 주인공은 다급히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한발 빨랐던 범인은 주인공의 집에 들어가 그의 아내와 딸을 죽이려고 하지만 아내의 빠른 판단과 용기로 모녀는 범인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다. 가까스로 아파트 1층까지 도망쳤지만 따라잡혀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주민들이 이 모습을 보게 되고 범인은 다급하게 도망친다. 주인공은 이를 보고 범인을 뒤쫓는다.
아파트 인근 산속에서 두 사람은 목숨을 건 전투를 하게 되지만 마지막 순간에 산사태로 인해 토사에 휩싸이며 쓸려 내려간다. 다행히 주인공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보니 주변에는 온통 시신투성이였는데 그중에는 얼마 전에 살해당한 4층 여자의 시신도 보였다. 범인은 그동안 수많은 살인 행각을 벌이고 시신을 이 산에다 묻었다.
결국 범인은 잡혔으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파트 주민들은 죽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나 슬픔에 애도하기보다는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3. 감상평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지극히 우리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불과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이웃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가깝게 지내왔었는데 최근은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잘 모른 채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러다 보니 과거에 비해 더 심한 개인주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지만 과연 나에게 저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에서는 아마 나도 비슷한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모르는 이웃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 일 보다는 내 가족에 대한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주인공이나 내가 간과한 한 가지가 있다면, 살인에 맛을 들린 살인자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반복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죽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검거밖에 없었다. 그에게 협조한다고 해서 그가 갱생을 할 것도 아니고 내 가족이 안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항력이 없는 어린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이기에 이기적으로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넘어져 묘하게 신경을 거슬렸다. 대한민국도 과거와 다르게 점점 묻지 마 살인이 많아지고 살인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 사이코패스형 살인마들이 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사람 만나기 무섭다'라는 말을 흔하게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일수록 내가 조금만 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 같이 노력한다면 조금은 더 배타적이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앞으로 10년쯤 흐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더 각박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질 것이다. 어쩌면 영화에서 그랬듯이 '집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서 경찰에 협조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부터 시작해서 내 이웃들 만이라도 조금 더 배려하고 가깝게 살아간다면 내가, 혹은 내 자식이 위급한 일에 처하는 그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사람들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조금은 무섭지만 충분히 공감하였던 이번 영화 목격자는 많은 분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현대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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