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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싱크홀, 즐거운 재난 코미디 영화

by 영화보는 윤 2022. 2. 7.

 

웃기는 재난 코미디 영화

세계적으로도 그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싱크홀을 주제로 제작된 재난영화다. 분명 주제도, 내용도 재난을 극복해나가는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웃긴다. 단순히 길을 가다가 싱크홀이 발생했다거나, 일하던 중에 회사가 있는 건물에 사고가 발생했더라면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싱크홀에서는 11년 동안 지독하게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서 어렵게 마련한 '내 집'이 구매한 지 2주 만에 땅속으로 소멸해버리는 배경을 그리고 있다.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은 아주 힘든 일이다. 평생을 벌어야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노랫말의 가사가 더 이상은 농담이 아닌 현실인 사회를 풍자하듯이 영화는 소중한 내 집이 천재지변으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모습을 그려낸다. 만약에 내 입장이었더라면, 절망감에 그대로 주저앉았을 일이지만 재미있게도 '남의 일'을 구경하는지라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높으면서도 즐겁게 웃으면서 관람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재난과 관련된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흥미로운 소재거리였다. 덕분에 최근에도 여러 종류의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화산 폭발, 기후 변화, 혹은 지진, 허리케인과 같은 소재의 반복이었다. 단언컨대 싱크홀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재난 영화는 신선하다. 

 

특히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코믹한 모습으로 유명했던 차승원과 이광수라는 라인업은 영화의 맛을 더할 나위 없이 살려준다. 연기력도 훌륭한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려져 왔었던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웃긴다'라는 느낌이다. 말 그대로 재난 코미디 영화를 위한 캐스팅이 완벽했다.

 

재난 영화답게 눈물 나고 긴장되는 장면들도 대거 등장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순간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면서도 지루하거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으니 새로운 시도는 성공한 셈이다.

 

내용 감상하기

 '영혼까지 대출을 받아서' 11년 만에 내 집을 구매한 동원은 작은 회사의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함께 고생을 했던 와이프와 아들도 새 집에 행복해하지만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한 이웃 주민은 물론, 수평이 맞지 않는 집 구조와 창문이 깨지는 등의 이상 현상들이 발생하지만 입주민들은 소문이 나게 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보수공사도 진행하지 않는다. 

 

찝찝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하며 회사 직원들을 초대해서 집들이를 하는 동원. 직원들은 술을 많이 마시고 직장 상사에게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하는 등 밤새도록 코믹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건물이 있었던 자리에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하게 되고, 건물과 그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땅 속 500미터 아래로 떨어져 내리게 된다. 

 

집들이에 초대받았던 직원들은 물론, 이상한 이웃이라 생각했던 만수까지도 함께 추락을 했는데, 조금은 어색했던 CG가 아쉬웠지만 그 부분은 연기자들의 연기력으로 충분히 방어가 되었다. 싱크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데, 가까스로 홀 중간 즈음에 걸쳐있던 건물이 조금씩 더 땅 속 깊은 곳을 향해 떨어지는가 하면,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부터 구멍에 물이 차올라 죽을 위기에 놓이게 된다. 

 

반면, 건물 밖에 외출을 했던 다른 인물들은 가족들의 생사를 알지 못해 가슴을 태우며 지상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나 동원의 아내는 남편과 아들이 모두 싱크홀로 빨려 들어간 상황이라 애태우는 감정을 고스란히 잘 표현해주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도 영화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들을 고스란히 풍자하고 있는데, 정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명절 선물세트조차 받지 못하는 김대리의 슬픔이나 차마 죽은 자식을 두고 떠나지 못해 죽음을 선택하는 늙은 어머니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고 슬펐다. 

 

전혀 손발이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은 서로 도와가며 결국 다시 한번 지상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을 희생하거나 혹은 상황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래픽과 CG

사실 이번 재난 코미디 영화는, 그래픽과 CG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스케일이 큰 영화였다. 거의 모든 순간에 CG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조금은 어색했던 장면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등장인물들을 인터뷰했을 때, 싱크홀로 가라앉는 장면의 촬영을 위해 커다란 반 구 형태의 세트장을 만들어놓고 실제로 흔들어가면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덕분에 건물이 기울어지면서 밧줄에 매달리는 상황이나, 이리저리 미끄러지는 모습들은 완벽하게 실감 나게 촬영되었다. 

 

특히나 마지막에 비가 내리면서 구멍에 계속 물이 차올라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 보는 내가 숨이 막히듯이 답답해 질정도로 잘 만든 그래픽과 CG에 박수를 주고 싶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삶이 팍팍할수록 사람들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사는 것이 바쁘고 힘들어서 다른 사람을 돕거나 타인의 상황을 헤아릴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영화의 초기에는 그런 모습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싱크홀'이라는 재난은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들어준다. 비록 강제적인 연대감이지만, 사람들은 생명이 걸려있는 상황 속에서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손을 내밀어준다. 

 

내 집을 갖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노력하는 사회. 평생을 집 하나 갖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빨리 집을 마련해서 집값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에서 이 영화가 던지는 영향은 상당하다. 물론 이 영화를 봤다고 해서 그런 현실이 해소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결말 부분에서 더 이상은 '집 마련'에 인생을 걸지 않고 작은 캠핑카 하나에서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다른 사람들이 사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얻게 된다.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인 싱크홀이지만, 사실상 건물 하나가 저렇게 통째로 빨려 들어갈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건물이 무너지거나 파손되지 않고 영화처럼 온전하게 떨어져 내리다가 멈춰 구조될 확률은 거의 제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면서 현실감 있게 느끼는 것은, 한국의 현실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은 장치들이 만들어 낸 복선일 것이다. 약간의 어색한 CG가 아쉬웠지만 그런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만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코믹 재난 코미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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