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미리 앞서간 재난 영화
영화 감기(The flu)는 2013년에 개봉된 한국 영화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COVID-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다시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영화이기도 하다. 무려 6년이나 앞서 제작된 이 내용은 신기하게도 COVID-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을 무렵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마치 작가가 미래로 잠시 넘어왔던 것 마냥, 현실과 흡사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사회적으로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자와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보다 현실적이고 잔인한 인간들의 심리를 잘 표현해주기도 한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COVID-19가 창궐하기 시작했을 때, 현지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도하던 기자들과 유튜버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체포당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끝까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치료를 하기보다는 건물에 유증상자들을 감금해두고 치료가 아닌 시체만 처리했다는 소문도 흉흉했었다. 그 모든 모습들이 6년 전 제작된 이 영화 속 줄거리와 너무 닮아있다. 영화는 거기에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조금 더 실감 나게 묘사되었을 뿐, 팬더믹에 갇힌 우리의 모습 그대로였다.
처음 2013년에 이 재난 영화를 봤을 때에는 단순히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라는 평가가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라서 좀 비현실적이야, 그러니까 영화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흥미진진하고 스릴감 넘치게 만드느라 현실적이지는 못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스, 메르스 등을 거쳐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점점 더 강하고 전염력 높은 바이러스들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아직까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최악의 장면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어쩌면 다음번에는 더 강한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덮쳐 영화보다 더 잔인한 일들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긴장감이 들었다.
COVID-19가 3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으면서 수많은 변이 바이러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백신이 만들어지고 접종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매번 새롭게 나타나는 변이 바이러스들은 백신을 이기고 생존하고 있다. 나와 가족 역시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품고 살아간다. 앞으로 더 강한 바이러스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본다.
영화 감기의 줄거리
영화는 밀입국자들이 컨테이너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출발을 하기 전 이미 기침을 하는 등 바이러스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중개인들은 이를 알면서도 별 것 아니라 생각하고 그대로 밀입국을 시킨다. 해당 컨테이너는 대한민국 평택항에 도착하게 되고 또다시 어디론가로 이동된다.
컨테이너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피투성이가 된 채로 두 형제에 의해 발견되는데, 유일하게 한 명(몽싸이)만이 살아남는다. 이때부터 바이러스는 숙주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한다. 증상이 발현한 두 형제는 피를 토하면서 병원으로 실려가서 주인공인 인해와 만나게 된다. 의사 여주인공은 환자들의 증상에 의문을 품다가 마침 그들의 소지품에서 나온 컨테이너 영상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음에도 병원에는 이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 빨랐으며 동시에 치명적이었다. 의료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의료진과 경찰들은 해당 컨테이너를 뒤늦게 조사하게 된다.
이 바이러스는 변종 H5N1로 밝혀지고 의료진은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분당 지역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이를 반대하고 결국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그 사이 도시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고, 병원은 피를 토하며 실려오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된다. 이로 인해 의료진들까지도 빠르게 감염되기 시작한다.
뒤늦게서야 분당이 봉쇄되고, 언론에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가 발표된다. 대형 마트에서는 물과 음식, 생필품을 사재기하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수용시설에는 사람들이 폭증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다. 사람들은 두려운 마음에 탈출하려고 시도하게 되며 경찰들은 총으로 이들을 협박하는 등 긴박한 상황에 놓인다.
컨테이너를 통해 들어왔던 밀입국자들 중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몽싸이는 자신에게 항체가 있을 거라는 인해의 말에 갈등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병이 옮고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올바른 결정을 하게 된다. 특히 인해의 어린 딸을 바라보며 자신의 항체를 기증하기로 결정하지만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인해는 몽싸이로부터 추출한 항체를 자신의 딸에게 주입하게 되고, 영화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지독한 현실을 보여주며 조금씩 결말로 나아간다.
현실과 영화의 차이점
이 영화는 대한민국을 덮친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호흡을 통해 전염되는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100퍼센트다. 현실에서의 COVID-19나 메르스 역시 무서운 바이러스였지만 치사율이 100퍼센트에 이르는 바이러스는 아직까지 없었다.
바이러스의 전염 방식은 현실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영화에서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기 위해서인지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심각하게 빠르다. 그냥 스치기만 해도 전염이 되고, 바이러스가 미처 새 숙주에게 자리를 잡기도 전에 끊임없이 전파를 한다. 이 부분에서 조금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했다.
현재 COVID-19의 추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모든 바이러스는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약한 바이러스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들은 전파력은 점점 높아지지만 반대로 치사율은 점점 낮아진다. 숙주를 죽여버리게 되면 바이러스 역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변이를 거듭할수록 전파력은 오르고 반대로 치사율은 낮아지게 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은 이와는 확실히 달랐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행동은 싱크로율이 높았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고, 병원이나 의료진들은 금세 몰려드는 환자들에 의해 마비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성은 나날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 시설이나 대책 마련은 미비하며 당장 상황에 맞닥뜨리고 나서야 후회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영화와 현실은 그대로 닮아있다.
내 의견 정리
2013년에 봤을 때에는 단순히 '상상에 의해 창작된 작업물'로써 영화를 즐겼다. 현실과는 동떨어졌다고 생각했기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스릴을 즐기면서 관람했던 것에 비해서, 얼마 전 다시 영화 감기를 재관람하면서 과거에 비해 많은 생각들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단순히 상상에 의해 제작된 창작물이 아니라 현실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서술이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일개 시민으로서 바이러스를 막거나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이번 COVID-19를 경험하면서 개인적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할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이번 재난 영화에서처럼 치사율 100퍼센트인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당연히 손 쓸 새도 없이 인류는 멸망하고 말 테지만, 그게 아니라면 개인적인 방역 노력만 열심히 해도 어느 정도의 전파력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 한국에서도 COVID-19가 무섭게 기세를 떨치고 있다. 백신을 맞았음에도 돌파 감염되어 사망하는 사레가 증가하고, 완치되었다고 판정된 10대 소년이 4일 만에 집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늘 재난 영화 감기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면서 앞으로 인류에게 다가올 더 강력하고 무서운 바이러스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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