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휩쓴 한국형 좀비 영화의 시작
최근 들어 넷플릭스를 통해 '킹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영화와 드라마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인기가 많은 소재가 바로 좀비다.
충분히 비현실적인 스토리라는 것을 관객들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분장과 혼이 깃든 연기는 K-좀비라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화 부산행이다.
부산행이 개봉했을 당시 한국에는 이렇다 할만한 좀비 콘텐츠가 없었다. 미국의 '워킹데드'(walking dead)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현재 시즌 11까지 제작될 정도로 그 인기는 여전한데, 그로 인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워킹데드에서의 좀비들을 '좀비 영화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산행에서의 좀비는 그보다 훨씬 빠르고, 역동적이며 무섭다. 사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리고 마치 날벌레를 연상시킬 정도로 순식간에 몰려든다. 관객들에게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스릴감을 선사하는데 이 점이 바로 좀비 영화 특유의 느릿느릿한 전개를 갈아엎는 시발점으로 작용한다.
부산행으로부터 시작된 한국형 좀비 콘텐츠는 이제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2022)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1위를 강탈한 한국 좀비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줄거리
아빠 석우와 함께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수안. 석우는 딸고 함께 기차를 타는 순간까지 바쁘기만 하다. 여유로울 것만 같던 기차 여행은 갑작스러운 좀비 바이러스의 전파가 시작되면서 반전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외국의 좀비물과는 다르게 물리고 나서 좀비로 변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물리면 바로 변하는 것이 부산행 좀비의 특징. 미처 대처하거나 생각할 겨를 없이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기차는 좀비로 가득 차게 되고, 두 남자 주인공들은 열차 객실로 이어지는 문을 막아서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열차 안에 방송되는 TV를 통해 사람들은 서울 및 전국 각지에서도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석우는 어떻게든 딸 수안만큼은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이나 희생정신은 조금도 없었다. 오롯이 저와 딸이 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이기적이고 지극이 평범한 남자로 그려지지만 일행들과 함께 생사고락의 시간을 지내면서 조금씩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로 변하게 된다.
그러다 열차는 대전역에 도착하는데 안전할 거라는 석우의 정보와는 다르게 이미 대전에도 바이러스가 휩쓸고 지나간 상황.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던 군인들 마저도 전부 감염된 상황인지라 대전역에 내리던 승객들은 죽을힘을 다해 다시 기차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기차의 기관사는 공포심에 사람들이 다 타기도 전에 열차를 출발시켜버리고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버리게 된다.
주인공들은 어떤 방법을 쓰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자신들만 살기 위해 행동한다. 이런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상화(마동석 역할)는 좀비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아내와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멋있게 희생함으로써 그들에게 희망을 열어준다.
기관사는 완벽하게 이기적이자 악역으로 등장하며, 영화의 매 순간마다 주인공들을 방해하고 옳지 못한 일을 하게 되는데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그 역시도 좀비에 물려 감염된다. 재미있는 점은 혼자서라도 기어코 살고 싶었던 그의 욕망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좀비로 변하고 나서도 그 의지가 나타나게 된다.
기차의 도착점인 부산은, 유일하게 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노스탤지어와 같은 공간이다. 부산에만 도착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주인공들의 희망, 하지만 그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씩 희생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실감 나는 좀비 연기
앞서서 '한국형 좀비'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정화되어있는 느린 좀비와는 다르게, '도망가는 것보다 죽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고 공포스러운 좀비들이 등장한다. 영화가 흥행함에 따라 함께 인기를 끌었던 것이 바로 실감 나는 좀비 연기였다.
기괴할 정도로 꺾이는 관절과,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움직임과 표정, 그리고 실감 나는 분장 때문에 유튜브에서는 한 동안 이를 흉내 내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 정도였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따라 하면서 웃고 장난치는 일이 흔했을 정도니 그들의 좀비 연기가 얼마나 심금을 울렸는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에 맞춰서 '킹덤'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비슷하거나 더 빠른 좀비들이 등장해서 관객들의 긴장도를 올려준다. 사실 나는 좀비 연기가 실감 나면 실감 날수록 꿈에 나타날까 봐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 못하겠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앞으로가 더 기다려지는 이야기
이후에 리뷰를 올릴 테지만, 영화 좀비행의 후속 편이 개봉했었다. 부산행을 겪은 후, 4년 뒤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토대로 제작된 좀비 영화인데 사실 부산행과 이어지는 등장인물이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산행의 그 뒷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석우가 목숨을 바쳐 지켜주었던 수안이는 잘 컸을까, 4년 뒤의 대한민국은 지옥과 다름없는데 그때의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린 수안의 손을 잡고 부산으로 향했던 임산부 성경은 무사히 출산을 했을까? 지옥과 같은 현실에서 낳은 아이는 잘 자랐을까? 하는 의문들이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문다.
후속 편 영화 반도도 재미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부산행 등장인물들이 이어나갈 그 뒷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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