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른 공포영화와의 차별성
예상했던 것보다는 혹평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그만큼 관객몰이에도 성공했던 영화였다. 장산범이라는 조금은 생소하지만 토속의 아이템을 활용하여 기묘하면서 낯선 분위기를 끌어낸 것은 귀신에게 의존하는 다른 공포 영화와의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장산범이라는 괴물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다른 이들을 꾀어내는 습성을 지녔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보는 것만큼이나 청각에 익숙하지만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괴물은 모습을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흉내를 내면서 이 영화는 음향에 더 집중해 만들어졌다.
극장에서 공포 영화를 볼 때 시각보다는 청각에 의존하기에 이런 색다른 시도는 낯선 두려움으로 다가왔고 영화의 전반적인 긴장감과 기괴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데 한몫했다.
다만 영화의 진행에 있어서 여자 주인공의 답답한 행보 때문에 공포영화에서 느껴야 할 시원함과 공포가 반절로 줄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꾸준히 관객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마지막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가족을 버리고 귀신의 곁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는 장면에서 많은 관객들이 실망을 금치 못했다. 공포 영화는 보는 중간에는 무섭고 답답해도 마무리는 후련해야 한다는 클리셰를 깨고 마지막까지 답답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이 영화가 가진 차별성이라 할 수 있겠다.
2. 영화 장산범 줄거리
영화는 남자와 여자가 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듯 장산굴로 차를 몰고 가던 두 사람은 가던 중에 강아지를 치게 된다. 죽지도 않은 강아지를 트렁크에 넣는데 이미 트렁크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다. 바로 남자의 아내가 개와 마찬가지로 죽어가는 모습으로 묶여 있었던 것. 장산굴에 도착한 두 사람은 트렁크의 아내를 꺼내 죽이고 굴속으로 던져 넣고 굴의 입구를 벽돌로 막아버린다. 일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두 사람에게 죽은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화면이 전환된다.
이번에는 다른 가족이다. 어린 딸을 가진 부부는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온다. 멀쩡해 보이는 아내는 사실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뒤로 여전히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상태로 매우 불안정했다. 이사를 오고 나서 치매인 시어머니는 자꾸만 죽은 오빠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어릴 적 그녀의 엄마가 해준 말을 떠올리면서 ‘그것이 왔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이는 우리 시대에는 잊혔지만 노인들이 살던 시대에는 아직 장산범이라는 존재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족이 이사를 오고 나서 며칠 후, 않아 아내는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어린 남매를 만나게 된다. 그들이 이사 온 집 쪽에서 강아지 소리가 났다고 이야기하면서 근처를 수색하러 나섰다가 오래전 남자와 여자가 벽돌로 막아 놓은 장산굴 앞에 도착하게 된다. 그 안에서 강아지 소리가 났다는 생각에 여자아이는 안쪽을 들여다보게 되고 결국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끌려 굴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얼마 뒤 부인은 집 근처에서 딸아이 또래의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이 아이의 이름은 자기 딸과 같은 준희였다. 심지어 낯선 아이는 딸과 목소리가 똑같을 뿐만 아니라 말투까지도 똑같다. 잃어버린 아들을 생각하며 마치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는 듯한 아내와 달리 남편은 그런 여자아이의 행동이 꺼림직하기만 하다.
자꾸만 죽은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다던 시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시어머니를 찾으러 나섰던 남편 역시 실종된다. 아내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동안의 이상했던 점들을 이야기하는데, 경찰에서는 역시나 근처에 실종신고가 많았다면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던 중 눈이 보이지 않는 무당을 만나 장산범이라는 귀신에 대한 존재를 듣게 되는 아내. 오래전 장산범이라는 요괴를 섬기던 박수무당이 결국 미쳐서 자기 딸마저도 장산범의 제물로 바치고 결국에는 자신도 사라져 버렸다고 이야기하는 눈이 먼 무당. 무당은 아내가 만났던 그 여자애가 바로 제물로 바쳐졌던 박수무당의 딸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악령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귀신은 오히려 아내를 도와주고 그녀의 딸을 지켜주는 등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3. 결말
아내는 남편을 되찾기 위해 용기를 내어 장산범의 굴로 들어간다. 그런 그녀를 따라가려던 어린 소녀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도 절대 뒤를 돌아보거나 대답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충고가 무색하게도 여자는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소리에 반응해 버린다. 위기의 순간 먼저 잡혀 왔던 남편이 뛰쳐나와 그녀를 구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무당의 딸을 믿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내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아이를 믿고 껴안았다가 눈이 안 보이게 되고 그제야 아이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그런 그녀를 끌고 가까스로 동굴의 입구까지 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들이 계단을 다 오르고 입구를 벗어나려고 할 때쯤 아이는 여자가 잃어버렸던 아들의 목소리를 흉내를 내면서 그들을 부른다. 남편도 아내도 분명 그것이 아들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익숙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애타게 그들을 부른다. 결국 아내는 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작별 인사를 고한 뒤 다시 장산범이 있는 동굴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남편은 무사히 동굴 밖으로 도망치고 경찰에게 발견되지만 아내는 동굴에 남아 무당의 딸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나중에 이 동굴에는 철문이 설치되어 누구도 드나들 수 없게 된다.
철문의 설치와 함께 여러 가지 목소리와 종소리가 들리면서 장산범이 봉인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4. 감상평
시각적인 공포가 아니라 청각적인 공포를 주 무대로 삼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새로움에서 오는 공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내가 알던 그 소리가 낯선 누군가가 나를 꾀어내기 위해 흉내를 내는 목소리였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 시나리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영화는 상영 내내 음산하면서 기이한 음향들을 사용함으로써 관객들의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공포적인 요소를 집어넣으려는 감독의 욕심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고 관객들의 흥을 식게 했다. 영화 중간에 이해가 되지 않는 장산범이라는 존재에 대해 장님 무당이 갑자기 나타나 설명을 해 준다. 마치 소설에서 갑자기 작가가 나서서 설명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개연성 없이 나타난 무당에 흥이 깨지고 또 어설프게 이를 풀어나가려 나서는 경찰에서 또 한 번 흥이 깨진다. 굳이 공포 영화에서 상황을 내레이션처럼 설명하는 등장인물이 두 명이나 필요한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한 극 중에서 아내는 끝까지 관객의 답답함을 유발하는 행동을 한다. 먼저 그녀가 용기를 내고 가족을 찾아 장산범의 굴로 들어갔던 이유는 남편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남편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아들이 아니라 아들을 흉내 낸 귀신의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는 결말은 결국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요소인 가족을 모두 버리고 귀신을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상당히 맥이 빠지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동굴밖에는 그녀의 딸도 있고, 입구에서 기다리는 남편도 있다. 또한 그녀의 아들 역시 사망이 아닌 실종으로 바깥세상 어딘가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귀신과 남기를 선택한다. 관객들이 그런 그녀의 결정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상당히 잘 만들었고 기대했던 영화였지만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 부분에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공포 영화 장산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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