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 않은 호러영화를 원한다면 추천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은 관객들에게 상당히 낮은 평점을 받았었다. 덕분에 보지 않고 한편에 저장만 해 두었다가 며칠 전에 관람을 했는데 역시나 관객들의 평가대로 무섭지 않아서 다행이자 불행이었다. 관객들은 호러영화라 하면 응당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무서운 장면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소 괴기스러운 장면들은 많이 나와도 관객들이 기대할 만큼 소름 끼치고 무서운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즉, 그리 무섭지 않다는 의미이다.
만약 나처럼 공포 장르를 좋아하지만, 너무 무서운 공포가 싫은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재미있고 잘 맞는 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섭고 잔인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재미없다기보다는 무섭지 않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무서운 장면이 아예 없다.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갈 무렵에야 빨간 눈이 징검다리를 잡아먹고 빙의된 상채로 돌아다니면서 무서운 장면들을 만들어내지만 절대 우리가 기대할 만큼 무서운 장면은 없다. 사실 그 점이 아쉽다.
줄거리
영화는 2,500년 전에 일어났던 한 사건에 대해 설명해주며 시작된다. 멀고 먼 과거에 인간을 싫어했던 요괴는 지옥문을 열어 인간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리고자 했었다. 이를 알아챈 부처는 요괴가 지니고 있던 두 눈동자를 뽑아내는데 한쪽은 빨간 눈, 다른 한쪽은 검은 눈으로 이들이 바로 요괴가 가진 힘의 원천이었다. 검은 눈은 부처의 말에 따라 사리함에 들어가 봉인되지만, 빨간 눈은 부처를 피해 도망을 친다.
부처가 자신을 찾기 어렵도록 여러 사람의 몸에 숨어가면서 도망을 쳤으나 알고 보니 이는 징검다리에 불과했고 아무리 도망을 가도 부처의 손바닥 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악한 빨간 눈은 스스로 부처의 사리함에 들어가고, 부처는 이를 각각 봉인하여하여 세상의 끝과 끝에 떨어트려 보관을 하게 시키고 제자들로 하여금 이를 지키게 명령한다.
하지만 2,5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인류학자 김준철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사막에서 빨간 눈이 들어있는 사리함을 찾아내게 된다. 그는 이를 위대한 발견으로 내세우지만 세상은 오히려 그가 거짓말을 한다며 몰아세운다. 결국 화가 난 그는 실제로 사리함 속의 빨간 눈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6개의 피와 자신의 피를 섞어서 잠들어 있던 빨간 눈을 깨우게 된다.
북산의 하정 스님은 그의 제자 청석에게 나쁜 것이 깨어났다고 말하며 2,500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사리함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빨간 눈과 검은 눈은 서로에게 이끌려 반드시 만나고자 할 것이며 이 두 가지가 만나게 되면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기에 죽일 수 없으며, 지구가 지옥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이 부활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징검다리를 망가트려 그가 완전히 부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때, 징검다리를 망가트린다는 말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이다. 하정 스님은 제자에게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며 선화 스님을 찾아가라 명한다. 다음날 제자 청석이 잠에서 깨었을 땐 하정 스님은 이미 죽은 후였다. 청석은 스님의 말 대로 선화 스님을 찾으러 나선다.
동시에 빨간 눈이 징검다리를 밟기 시작함으로써 제물들은 기이한 몰골로 죽은 채 발견되고 있었다. 이를 담당하는 강력계 형사 호태는 원인을 전혀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시체들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시작한다. 동시에 청석은 선화 스님을 만나 죽은 하정 스님의 말을 전하고 그와 함께 마지막 징검다리인 처녀보살을 찾아 떠난다.
처녀 보살을 찾아온 두 사람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각각 떨어져서 그녀를 찾기로 한다. 선화 스님은 시신들이 발견되었던 장소들을 들려 남아있는 흔적을 찾고자 하지만 형사 호태에게 이 모습을 들켜 커다란 의심을 사게 된다. 같은 시간, 청석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하던 중이었는데 우연히도 그 집이 처녀보살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그는 알게 된 사실을 선화 스님에게 보고하지만 선화 스님이 결국은 처녀 보살을 죽이기 위해 그녀를 찾아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도망쳐 본래 고향이었던 북산으로 향하게 된다.
처녀 보살을 찾던 선화 스님과 호태는 처녀보살의 집에서 다시 마주치며 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중간에 도착한 빨간 눈은 징검다리가 이미 도망갔다고 말하며 쫓아간다. 선화 스님은 그들이 북산으로 도망갔음을 알게 되고 바로 출발하지만, 빨간 눈에게 공격당해 의식을 잃었던 형사 호태는 조금 뒤늦게 정신을 차려 처녀보살 집에 있던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사실 처녀보살은 이 여자였으나 양아버지인 인류학자 김준철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애린이 영혼의 상태로 처녀보살의 집에 머물던 것이다. 처녀 보살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한 경찰의 사주가 자신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 그의 피를 받아서 제물로서의 자신의 운명을 그에게 넘겨버린다. 하여 빨간 눈은 그녀가 아닌 어린 경찰이 마지막 제물이라 생각하고 쫓아가게 된 것이다.
결말에 이르러서 선화와 청석은 빨간 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빨간 눈은 항상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앞서 있다. 빨간 눈은 그들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있기에 도망갈 길은 없어 보인다. 선화는 빨간 눈을 자신의 몸에 가둬 스스로 죽음으로써 지옥문이 열리는 것을 막고자 하지만 빨간 눈은 이미 이것까지 예상하고 있다. 그리하여 결국 빨간 눈은 제자인 청석의 몸으로 들어가게 되고, 선화에게 선심을 베푸는 듯이 '이 놈을 죽일 기회를 주겠다' 라며 도발한다. 선화는 울면서 제자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사실 두 사람은 악연으로 묶인 사이로, 청석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선화의 가족들이 모두 죽임을 당했던 것. 이를 알고 있는 빨간 눈은 선화를 자극하여 그가 스스로 청석을 죽이게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선화는 이를 거절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빨간 눈은 모든 것을 죽이려고 하지만, 선화가 울면서 쓰다듬었던 청석의 얼굴에서 빛이 나면서 빨간 눈의 행동을 제한해버린다. 선화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손으로 청석의 얼굴에 부적을 그렸던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빨간 눈은 청석의 몸을 버리고 선화의 몸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청석에 의해 죽임을 당함으로써 다시 악의 존재는 제 자리로 돌아가게 됐었다.
부족한 개연성을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살린 넷플릭스 영화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와 줄거리를 보여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서 영화의 초반에 부처가 요괴의 두 눈을 각기 다른 사리함에 가둬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두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사막에, 다른 하나는 절벽 사이에 숨겨 두고 제자들이 이를 지켰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을 추론해보면 결국 검은 눈도, 빨간 눈도 전부 한국에 있었던 것이다. 전 세계로 치면 너무나도 좁은 대한민국의 국토 안에 두었다는 것은 첫 장면과 완벽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다.
또한 감독은 영화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과했던 거 같다. 주인공들이 충분히 빨간 눈을 쫓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두 주인공이 과거에 서로 얽힌 인연이었음을 설명하는데, 이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상당히 불편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러한 장면들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다행스럽게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훌륭해 모든 불편함을 자연스럽게 영화로 이끌어간다. 특히나 귀신에게 빙의되었을 때의 연기는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로 기괴했고, 최근 봤던 호러영화 중에서는 최고로 만족스러웠던 표정이었다.
후기
넷플릭스 영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그동안의 한국 영화는 충분히 투자를 받은 만큼 감독이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아무래도 자본주의에 끊임없이 엉킬 수밖에 없다. 돈을 투자했던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서 감독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나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또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덕분에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시도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행복하다.
호러영화 치고는 무섭지 않고,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영화를 끌고 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너무 심하게 무서운 것은 보지 못한다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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