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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클로젯, 무서우면서도 슬픈 미스터리 영화

by 영화보는 윤 2022. 2. 18.

섬찟한 장면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

영화 클로젯은 관객들에게 무서운 영화로 소개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면은 시작과 동시에 무당이 굿을 벌이다 귀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자살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 장면은 낡은 옛날 비디오로 재생되어서 더 섬뜩하고 무서운 느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영화 초반은 다소 평범하게 전개가 되지만 아역 배우가 귀신에게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전개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아역 배우의 놀라운 반전 연기가 펼쳐지는데, 나는 두 성인 주인공보다 이 아역 배우의 연기에 더 깊은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그녀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 중반 부분까지 무서운 장면은 없지만 아역 배우의 이중적인 연기가 너무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섬뜩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개로 진행하는가 싶었지만 영화 중반부를 지나면서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바로 사라진 모든 사람들이 어린아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중반부에서 주인공의 딸은 '나도 데려가'라는 말을 내뱉고 스스로 장롱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을 선택해버린다. 즉 가기 싫다는 아이를 끌고 가는 귀신이 아니라 차라리 귀신에게 가는 것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른 영화와 달랐다. 

 

이런 모든 이상함의 결과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드러난다. 모든 아이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함이 마땅하나 너무 슬프게도 세상에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중에는 태어났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아픈 영혼들이 너무 많다. 그 아이들은 '차라리 죽는 것'을 선택할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다. 실제로 미스터리 영화 클로젯에 등장하는 모든 귀신들은 어린아이의 혼령들이며 그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아이들을 찾아낼 뿐, 어른들에게 쓸데없는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그저 같이 있고 싶은 것이고 동시에 자신처럼 아픈 아이들이 해방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인 것이다. 

 

영화는 다소 무서운 장면들과 소름 끼치는 귀신들이 등장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아픈 이야기를 주목한다면 무섭다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 클로젯 줄거리

주인공 상원은 일벌레이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이 있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일이 최우선 순위이며 교통사고를 당하던 그날에도 일하느라 딸의 생일에도 참여하지 못해 아내가 서운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건넨다. 

 

아내는 그날의 사고로 사망하고, 어린 딸 이나는 그날 이후로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상원은 딸과 함께 공기 좋은 산속의 2층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집은 평범하고 좋아 보인다. 적어도 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집인 듯 보이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계속 든다. 아빠와 거의 말을 하지 않던 이나는 이사 시점을 전후하여 아예 아빠와 대화를 하지 않게 되고, 그런 상원은 점점 더 딸을 키우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설상가상으로 맡기로 했던 중요한 프로젝트는 라이벌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그는 이나를 치료 프로그램에 맡기기로 결정한다. 그러는 중에도 이나의 상태는 점점 이상해진다. 아예 말을 안 하던 아이는 어느 날부터인가 친구가 생겼다면서 예전처럼 해맑게 웃기 시작한다.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아이를 돌봐줄 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한 상원은 공사 현장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되고, 이나는 아빠에게 가지 말라고 말을 하지만 상원에게는 이나만큼이나 일이 중요하다. 결국 그런 이나를 버리고 일터로 향하게 된 상원, 하지만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는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도망가기에 이른다. 상원은 늘 전화를 통해 '아이 때문에 못한다. 애가 있어서 일을 못하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반복하는데 이나는 이것을 듣고 아빠에게 자신은 짐일 뿐,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귀신들에게 '나도 데려가 줘'라고 말하고 스스로 옷장 속의 세계로 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렇게 상원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나는 이미 집에 없었다. 그는 일도 내팽개치고 사라진 이나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경찰들도 이나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찾을 수 없다. 상원은 방송에도 출연해서 어떻게든 아이를 찾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여론은 오히려 아빠인 상원이 범인이 아니냐며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방송을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경훈이다. 경훈은 상원을 찾아가서 이나가 귀신에게 끌려갔으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영혼이 이 세상을 떠나는 49일 전에 구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49일 까지는 앞으로 3일밖에 안 남은 상황. 상원과 경훈은 영혼의 단서를 뒤쫓다 무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모든 일의 시작이자 원흉은 10살 정도의 어린 여자아이 귀신인 명진이며, 명진은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학대당하다가 장롱에 갇혀 살해당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부모와 사회로부터 학대당하고 버려진 아이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원은 자신이 직접 저승 세계로 넘어가겠다 제안하며 경훈은 자신이 이승과 저승의 문을 열어 둘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0분 정도이니 30분 안에는 돌아와야 한다고 당부한다. 상원은 그곳에서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학대당한 많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슬픔과 아픔, 그리고 미안함을 느낀다. 

 

귀신인 명진은 상원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지만 그를 공격하는 순간 명진 엄마의 영혼이 나타나게 된다. 그녀는 명진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엄마와 함께 가자고 이야기를 하고 그 순간 빼곡하게 아이를 뒤덮었던 분노는 눈 녹듯이 녹아내린다. 결국 아이는 부모를 미워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 없어했던 부모를 견디기 힘들어서 스스로를 분노의 화신으로 만들었던 것이었다. 악귀가 될 정도로 원한이 강했던 아이의 영혼이었지만 엄마가 던지는 '미안해, 엄마랑 같이 가자' 그 한마디에 펑펑 울면서 다시 순수한 영혼으로 돌아왔을 정도로 아이들은 여리고 아름다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상원 역시 '어른들이 미안해'라는 말을 되뇐다.

 

 

아역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

영화 클로젯에는 아역 주인공이 두 명 나온다. 바로 상원의 딸 역할을 했던 허율 배우(2009년 생)와 악령인 명진을 연기했던 김시아 배우(2008년 생)이다. 특히나 김시아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인 킹덤: 아신전과 드라마인 고요의 바다에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아빠 역할의 상원과, 무당 역할의 경훈이 끌고 가지만 정작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두 아역 배우가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모든 역할이 놀랍도록 훌륭해서 보고 나서도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있다. 

 

영화 속 이나의 역할은 엄마를 사고로 잃고 말도 잃어버린 아주 침울한 실제 딸의 모습과 귀신 친구를 만나면서 다른 사람인 것처럼 밝아진 이나의 모습을 동시에 연기했는데 이 연기는 관객들이 보기에도 섬뜩하다고 느낄 만큼 표정의 반전이 뛰어나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명진 연기 역시도 미스터리 영화의 모든 악행을 만들어 낸 최종 보스 악귀의 연기와 동시에 부모로부터 지켜지지 못한 어린아이의 서럽고 아픈 모습을 동시에 연기해야만 했다. 사실 이 영화가 어둡고 무서운 영화이다 보니 두 아역배우가 촬영을 하면서 혹시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두 배우의 연기는 최고였다. 

 

 

어른들이 미안해

한국은 아주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지금은 굶어 죽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좋은 나라가 되었고, 유럽보다도 소매치기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손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반면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버림받고 학대당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은 여전히 많다. 

 

몇 년 전 한국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아동 학대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정인이 사건으로 온몸의 내장이 터질 때까지 맞은 아이는 결국 상상도 못 할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하지만 정인이 이후에도 끊임없이 아이를 향한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아이들은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이유 많으로 폭행당하고 생존을 유린당한다. 클로젯은 그런 우리 현실의 단면을 미스터리 영화 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어른들이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더 현명한 법 체계를 만들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런 법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올바른 정치인을 뽑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도 어디에선가 굶고, 폭행당하며 눈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이번 미스터리 영화 클로젯의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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