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나오지만 호러가 아닌 코미디 장르
나는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나 회사 일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몰아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이 기묘한 가족이라는 영화는 좀비라는 소재를 상당히 독특하게 풀어낸 영화다. 영화 초반에는 조금 무서운 분위기로 살짝 흐르다가 정작 좀비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심각하게 웃기다. 심지어 등장인물 중에서 좀비가 제일 잘 생기고 멋있어서 더 유쾌하다.
늘 그렇듯 좀비는 사람들을 공격할 수 있고 실제로 누군가를 물기 위해 달려들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 가족의 딸들이 더 무섭고 강력해서 오히려 좀비가 불쌍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가장 시초로 등장하는 좀비는 양배추를 좋아하는데, 특히나 케첩이 뿌려진 양배추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이며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때문에 스릴감 넘치고 무서운 공포 영화를 기대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같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좀비 소재의 영화를 원하는 분들께는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 실제 영화의 초반에 좀비의 등장부터 꽤나 우스광스럽다. 잘생긴 좀비는 누군가를 해치기보다는 동네에 풀려 있는 개를 피해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가거나, 도망가다가 만난 사람과 같이 도망을 치기도 하고, 그러다 차에 치여 50미터쯤 날아가 밭에 처박히기도 할 정도로 온갖 수난을 당하면서 주인공 가족들과 만나게 된다.
기묘한 가족 줄거리
등장인물 중에서 아버지 만덕이 제일 먼저 좀비에 물리게 되는데, 별 반응은 없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좀비가 될 거라면서 호들갑을 떨지만, 좀비가 되기는커녕 아버지 만득은 점점 더 젊어지는 느낌이다. 피부도 좋아지고 주름도 줄어드는 등 회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동네 주민들은 오히려 비법을 알려달라고 조른다.
만득은 자신이 좀비에게 물린 뒤로 오히려 젊어지고 있다면서 비밀을 털어놓는데,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너도 나도 젊어지기 위해 좀비에게 물리고자 가족을 찾아온다. 심지어 돈을 가지고 와서 젊어지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에 둘째 아들은 아예 좀비를 아이템으로 회춘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어느 정도 돈을 벌자, 아버지는 가족들 모르게 돈을 가지고 하와이로 도망을 간다. 자식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소식에 어이없어하지만 이미 한 번 소문을 탄 그들의 사업은 점점 더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근처 마을뿐 아니라 제법 먼 곳에 떨어진 마을에서도 찾아오기 시작하고 금세 다시 돈을 모으게 된다.
좀비 덕분에 대박이 나자 가족들은 좀비에게 쫑비라는 애칭을 붙여주며 가족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특히나 막내딸 해걸과 좀비와의 장면들은 꽤나 로맨틱할 정도인데 좀비 영화에서 좀비를 상대로 절 대 볼 수 없을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멀쩡한 것 같던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 마을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고 가족들은 둘째 민걸이 만든 '좀비 완벽 가이드'를 따라 하며 좀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물리지 않도록 옷을 두툼하게 입는 것은 물론 좀비처럼 연기를 하면서 그들 사이를 누비기도 한다. 그러던 중에 하와이에 갔던 아버지가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좀비로 변하지 않고 멀쩡하다. 이 점에 주목한 둘째 아들 민걸은 아버지에게 항체가 있음을 확신하고 다음 작전에 돌입한다.
언제나 해피앤딩
좀비 영화는 언제나 어둡고 슬프고 칙칙하다. 하지만 기묘한 가족은 코미디 영화이니 만큼 그 앤딩도 제법 유쾌하다. 아버지에게 항체가 있음을 확신한 민걸은 아버지에게 좀비들의 팔을 물어 역 감염시킬 것을 요구한다. 아버지는 부지런히 좀비들을 물어 그들을 사람으로 되돌려놓는데 그 상황에서도 지저분한 좀비의 팔을 물어뜯는다는 것이 비위 상한다면서 투덜거리는 아버지 만덕의 모습이 꽤나 유쾌하다.
앤딩마저도 웃기고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 기묘한 가족은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고, 내 동생처럼 무섭지 않은 좀비 영화를 찾는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픈 영화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COVID-19 같은 질병들도 이렇게 유쾌한 느낌으로 술술 잘 풀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여기는 잘생긴 배우라고는 좀비밖에 없다. 둘째 아들 민걸을 연기한 김남길 배우가 물론 잘생기긴 했지만 이번 역할에서는 정말 밉상이고 철없는 아들을 연기한 덕분에 잘생겼다는 느낌 자체가 들지 않는다.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좀비가 주인공인 듯한 영화라 더 재미있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코미디 영화라 진지함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편하게 웃고 싶다면 킬링 타임용으로는 괜찮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면 TV에서 방영해줬던 나 홀로 집에를 보는 느낌이라 오랜만에 편하게 웃으면서 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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