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대의 적나라한 아동 학대 현실을 보여주다.
모든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여전히 유토피아다.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끊임없이 유토피아라 부른다. 분명 더 나은 세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잘 살아가는 사람들 이면에는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굶어 죽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이제 겨우 70년이 조금 지났지만 그때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부모에게 학대당해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한 뉴스가 쉬지 않고 뉴스를 강타한다. 태어남은 아이들의 선택이 아니다. 그들은 태어나기로 결정했던 적도 없고, 부모를 선택하지도 못한 채 그저 부모들의 육체적 관계의 결과로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자신들이 낳은 아이들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아동 수출국 1위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증가율은 절벽을 향해 달려간다. 더 이상 자식을 낳지도 않지만 낳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아이들을 버리는 확률이 훨씬 높은 나라,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슬픈 영화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모두 아동학대의 피해자들이다. 아동 학대 때문에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어른과 아동 학대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의 이야기는 얼마 전에 있었던 정인이 사건을 떠오르게 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앞으로는 제발 이런 이유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영화 내내 침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면하지 않는 것.
대한민국 국민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법은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자를 위한 것이자 돈 많은 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실제로 아동이나 가정 폭력에 있어서도 주변에서 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해주는 역할은 크지 않다. 죽을 정도로 다쳤다 하더라도 집으로 되돌려 보내기 일쑤다.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가 발생하고 난 이후에 처벌이 목적인 우리나라의 법 체계로 인해 사람들은 이웃들의 삶이나 생활에 더 무감각해진다. 오히려 신고를 했다가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신고를 함으로써 피해자는 더 심한 폭력에 노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학대에 관련한 뉴스들을 살펴봤을 때, 결국 그들을 구해내는 것은 엄청난 재력도 아니고 훌륭한 능력도 아니다. 그저 약간의 관심과 외면하지 않는 노력, 그것뿐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학대에 시달려 온 아이들은 직접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말을 하는 순간 또다시 부모의 폭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수많은 경험으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서에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다시 부모에게 인계될 것임을 알기에 그들은 더욱 말을 할 수가 없다. 아프게도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부디 이런 아이를 만난다면 위대한 노력 따위는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코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부디 아이들이 힘겹게 내민 구조의 손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슬픈 영화의 줄거리
미쓰 백은 어릴 때 엄마로부터 끊임없는 학대를 당하며 자라났다. 결국 술에 취한 엄마는 그녀가 거의 죽기 직전이 될 때까지 폭행했고 그 순간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보육원에 보낸 후 경찰에 자수하게 된다. '나로부터 벗어나'라는 것이 엄마가 그녀에게 건네었던 마지막 말이었다. 보육원에서 자란 그녀를 보호해 줄 사람은 없었고 수많은 위협에 노출된다. 성폭행을 당할 뻔한 순간 자기 방어를 했음에도 상대가 재력가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감방에 가게 된 것은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정당한 판결을 받지 못한 채 징역을 산 것을 미안해하던 담당 형사 장섭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만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미쓰 백은 사랑을 하는 방법도, 받는 방법도 모른 채 죽어라 일만 하고 살아간다. 그러다 결국 고독사를 한 애증의 엄마의 시체를 찾게 되지만 모든 것이 남의 일 같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과 닮아 있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어렸을 적 자신이 그러했듯 낡고 꼬질꼬질한 옷은 아이가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고, 얼굴과 몸에 나 있는 수많은 상처들은 예전의 그녀가 그랬듯 학대를 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가 학대당하고 있음을 안 미스 백은 아이의 집에 찾아가 말려도 보고 싸워도 보지만 부모의 간악한 거짓말에 경찰은 언제나 부모의 편을 들어준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에 대한 모든 권한은 바로 부모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슬픈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확연한 학대의 흔적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열정적으로 아이를 보호하고 나서는 경찰은 얼마 되지 않는다. 현실에서의 정인이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였다.
미쓰 백이 만난 아이는 추운 겨울날에도 얇은 옷 한 벌에 맨발로 거리를 배회하고 늘 굶주려있다. 그런 아이에게 먹을 것을 사 주고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친해질 때마다 미쓰 백의 마음 한 켠에서는 더 이상 가까워지면 안 된다는 경고가 울린다. 사랑을 받아 본 적 없는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아이의 아빠는 친부이지만, 엄마는 양엄마이다. 추운 겨울날 화장실에서 물을 끼얹은 채 추위에 떨면서 자도록 만들고 베란다에 방치하기도 한다. 마치 개 마냥 목줄을 매어 두기도 하고 팔다리를 묶어 두기도 한다. 친아빠는 알코올 중독자에 게임만 하는 폐인이고 양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절하고 착한 사람인 것처럼 가면을 쓰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다. 먹을 것도 잘 안 주고 신나게 때리는 날에만 돈 몇 푼을 쥐어주고 먹을 것을 사 먹으라고 한다.
결국 아이를 살리기 위해 미쓰 백은 아이와 함께 도망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유괴에 해당한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를 사랑하는 형사 장섭의 개입으로 인해 부모의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나게 되고, 조금은 순탄하게 진행되는가 싶지만 위기를 느낀 양엄마는 아이를 죽임으로써 사건을 무마시키고자 한다.
결국 숨어있던 아이를 찾아낸 양모는 아이를 끌고 가 살해하려 하지만 쫓아온 미쓰 백이 이를 막고 아이를 구해낸다. 양엄마가 아이를 죽이려고 했던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양모를 죽이려고 하지만 다행히 형사 정섭의 개입으로 징역 1년만 받게 된다.
아이는 구조되고 부모는 징역형을 받게 된다. 아이는 더 이상 방치되지 않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며 사랑받고 살아간다. 그리고 1년 후, 출소한 미쓰 백이 돌아오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이 아이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일이다.
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작고 보잘것없다. 아이 하나를 구해내고 돕는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거나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한 아이의 세상은 온전히 변하게 된다. 적어도 그 아이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한 명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만만하게 생각해서도 안될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만 손을 내밀어 준다면 그 어떤 아이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입양을 하는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 슬픈 영화는 아동 학대라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비단 우리 근처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은 학대를 당한 아이들만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에 놓여있는 아이들도 있고, 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초점을 넓혀서 유기견들이나 노인들, 그리고 소외된 이웃들도 많다. 그러니 위대하고 거창한 도움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나눔과 관심으로 이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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