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최근 들어서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의미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먼저 용어의 의미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아포칼립스란, 원래 기독교의 '묵시'에서 유래된 단어로 성경의 마지막 기록인 요한 묵시록에서 세계의 종말을 언급하는 내용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세상의 종말이나 파멸, 멸종, 대재앙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지진이나 화산 폭발 혹은 행성 충돌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와 세계 전쟁, 전염병 등으로 문명과 인류가 사라져 가는 상황을 상상하여 만든 이야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뜻은, 종말이나 멸망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 그린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지구 상에서 모든 생명체와 문명이 멸망한 것이 아니라 일부가 살아남아 새로운 세계를 이어가는 내용을 포스트 아포칼립스라 부른다.
최근 들어서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며 각종 재해가 이따르고, 각종 전염병들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아포칼립스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영화나 애니메이션들의 인기가 상승 중이다. 영화 버드 박스 역시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지만, 넷플릭스에서 현재 상위권을 유지하는 작품 역시 한국의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시리즈물로 좀비로 인해 멸망해가는 세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멸망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에게는 정말 기뻐할 만한 일이며, 그 종류가 좀비나 자연재해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 버드 박스처럼 새로운 스타일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제작되는 일은 진심으로 환영할 일이다. 멸망 이후의 세계에 대해 그린 내용이니만큼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침울하며 언제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만 같은 긴장감이 영화 내내 가득하다.
역시 산드라 블록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의 주인공은 산드라 블록이 연기했다. 무려 1964년 출생인 그녀는 영화 내에서 시종일관 관객들을 몰입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하자마자 오프닝에서 최고 기록을 세웠고, 공개 첫 주에만 4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만들었다.
한 때는 로맨스 코미디에서 주로 역할을 맡았던 그녀는, 이번에는 다소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찬사를 받았다. 실제로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이 '시각을 가린 상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 실감 나고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 시각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서 오랫동안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때문에 영화의 모든 장면에서 눈을 가리고도 정말 익숙한 듯이 두 아이를 이끌고 나아가는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용 전개
영화는 시종일관 한 가지 흐름을 타고 흘러간다. 바로 '보면 죽는다'인데, 인간의 오감 중 하나를 제한했을 뿐인데도, 그 제한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감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는 엄마 멜러리가 두 아이들에게 절대 눈가리개를 벗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눈을 가린 채로 나무로 만들어진 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흘러간다.
5년 전, 멜러리는 아이를 임신했으나 출산을 원하지 않는 상태로 동생과 함께 산부인과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전을 해서 돌아가는데 갑자기 병원에서 마주쳤던 여성이 자살을 시도하고, 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그녀는 동생과 함께 급하게 집으로 도망친다. 어쩐 일인지 멜러리의 동생 역시 무엇인가에 홀린 듯 자살을 시도하고, 멜러리는 이를 막지만 결국 동생은 다시 시도하여 결국 목숨을 버리고 만다. 혼자 남은 그녀는 급하게 주변의 도움을 청하고 도망친 몇 사람이 모여 무리를 이루게 된다.
그들은 갑자기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무엇인가를 보고 난 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집의 모든 창문과 문을 잠그고 가려버린다. 영화는 이렇듯 5년 전 사건의 발생 당시 모습과, 뗏목을 타고 아이들과 도망치는 멜러리의 모습을 교대로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행들의 불안함과 긴장감도 누적되던 중에 낯선 여자가 문을 두드린다. 일행은 그녀를 도와줄지, 아니면 무시할지를 두고 의견 차이가 발생하지만 결국 그녀를 일행으로 받아주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 안에 있던 식료품이 줄어들자 그들은 나가서 음식을 구해오기로 한다. 재난의 원인인 '무언가'를 피하기 위해 CCTV 카메라를 통해 밖을 바라보는 시도를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시청을 하더라도 그 '무언가'를 보게 되면 다들 홀린 듯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식료품이 필요해진 사람들은 눈은 모두 가린 채, 자동차의 센서 소리로만 인지해서 마트로 가자는 계획을 수립한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긴장감도 엄청나지만, 분명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음에도 차 센스에는 무엇인가가 감지되었다는 알림이 울린다. 다행히 마트까지 무사히 도착한 일행은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멜러리는 새장과 새들을 챙긴다. 모두 챙겨서 돌아가려는 찰나, 구해달라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은 이렇듯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은 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로부터 매우 안전하다는 점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당연히 나타나듯, 이 작품에서도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은 본인들이 피해자인 척 연기를 하고 사람들에게 이상한 말을 퍼트려 상황을 동요시킨다. 맬러리와 새로 일행에 합류한 임산부는 각각 아들과 딸을 낳게 되는데, 정신병자 개리의 유혹에 임산부가 그만 목숨을 포기하고 만다. 이러한 상황 덕분에 맬러리는 자신의 아들뿐만 아니라 죽은 임산부의 딸까지 책임지게 된 셈이다.
일행 중 하나였던 톰과 맬러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생존을 위한 탈출을 감행한다. 톰은 아이들의 아빠 노릇을 하면서 그들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라디오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생존 신호와 안내를 듣게 되고, 그들은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배를 구하려고 하다가 그만 정신병자 무리에게 잡히게 된다. 톰은 아이들과 맬러리를 위해 본인이 희생하여 기회를 만든다. 심지어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다해 기회를 만들어내고, 맬러리는 그 기회를 이용해 아이 둘을 데리고 뗏목에 타는 것을 성공할 수 있었다.
관람 후의 감상평
영화 내내 긴장감과 몰입감은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었지만, 그렇기에 너무 재미있던 영화였다. 넷플릭스에서 최고 흥행 기록을 만들어 냈을 정도이니 영화의 평점이 높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만 공포나 호러 무비를 잘 못 보는 관객들이라면 다소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일부 장면에서는 영화를 제대로 관람할 수 없어서 눈을 가리고 소리로만 들으며 영화를 봤었다.
사실 이 영화는 아주 무서운 장면이라거나 잔인한 장면이 담겨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는 정말 무서운 영화다'라고 할 정도로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컸다. 산드라 블록의 연기도 훌륭했으나, 너무 어린 두 아역 배우들 역시도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보는 내내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영화가 단순히 암울한 세계로의 여행만을 그렸다면 지루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난 상황에서의 가족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성공적이다. 특히나 가족을 지켜줄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는 상황에서의 산드라 블록이 보여준 강한 엄마로서의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 물론 톰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아이들을 지켜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인간애는 존재하고, 세상은 여전히 살아갈 만하다는 희망을 만들어낸다.
넷플릭스는 버드 박스의 인기를 반가워하며 2편을 제작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었는데, 오히려 2편보다는 스핀오프인 멜러리가 먼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2편 역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인데 최근 들어 넷플릭스 영화들의 완성도를 보면서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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