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리얼하게 만든 보이스 피싱 영화
영화를 보기 전만 하더라도 뻔한 스토리와 전개를 예상했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보이스 피싱 범죄는 흔하고 일상적인 일이라 진부한 소재라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워졌다.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죄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범죄 현장은 그 규모도 방식도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거대했다. 뉴스를 보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들이고, 얼마 전에는 나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비슷한 전화를 받았었다. 흔히들 이런 류의 범죄를 일컬어 '알면서도 속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뉴스에서 항상 '이런 방식에 속지 마세요'라고 말을 해도 여전히 속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그들이 전문적으로 범죄를 저지름을 의미한다.
특히나 변요한과 김무열 등의 주연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 준 덕분에, 더욱 실감 나는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장면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디테일하고 체계적이라서 대본을 쓴 작가가 실제로 보이스 피싱에 종사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리얼하게 만들어졌다.
범죄 액션 영화답게 거의 모든 장면들이 어두컴컴한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덕분에 관객들은 보는 내내 숨을 돌릴 잠시의 여유도 없이 막판까지 휘몰아치는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제법 긴 러닝타임이 굉장히 짧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의 몰입도는 뛰어나고 그만큼 재미있다.
영화 보이스 줄거리
원래 형사였던 서준은 과거에 일련의 사건들과 얽혀 경찰일을 그만두고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더 이상 경찰은 아니지만 사랑스러운 아내와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사건은 발생한다. 서준이 일하는 건설 현장을 목표로 보이스 피싱 조직이 대규모 작전을 벌이게 되는데, 마침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서준은 아내와 연락이 두절되게 된다. 그의 아내에게 전화를 건 범죄 조직은 남편의 친구이자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서준이 큰 사고에 휩쓸렸으니 빨리 합의금을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준에게 전화를 걸지만, 조직은 이미 전화연결이 되지 않도록 통신 방해 중이라 전화연결은 되지 않는다. 그 사이 아내는 이미 전 재산을 송금해버리는데, 그러고 난 후에야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정신없이 걸어오다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이 범죄는 그녀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당했고, 그 피해액이 무려 30억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사건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하듯이 범죄조직은 전문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한국이 아닌 중국에 근원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잡을 수 없다는 경찰의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된다. 범인을 잡을 수도, 돈을 되찾을 수도 없다는 경찰의 답변에 서준은 직접 그들을 잡기 위해 본진인 중국으로 쳐들어가기로 계획한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근원지인 중국의 한 공장으로 쳐들어갔을 때, 그가 발견한 것은 어마어마하다고 밖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의 보이스 피싱 조직이었다. 모든 업무는 조직적으로 나뉘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준이 당한 것처럼 건설현장의 사기뿐만 아니라 '입시'나 '취업' 등 시기마다 타이밍을 딱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타깃을 설정해 범죄를 벌이고 있었다. 심지어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나 신상에 대한 정보들 마저도 완벽하게 입수하여 '속아 넘어갈 수밖에'없도록 만든다. 보는 내내 그들의 행각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서준은 조직의 운영진들까지도 전부 한 번에 일망타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과정이 절대 쉽지 않다. 보는 관객들의 손에도 땀을 쥐게 만들 만큼 조마조마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주인공이 느끼는 답답함과 분노, 그리고 위기감들이 그대로 관객에게도 전해지면서 영화는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변요한이라는 배우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보게 된 변요한. 그때에는 사뭇 파릇파릇한 새내기 연기자 같은 느낌이었는데 영화 보이스에서는 완벽한 베테랑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외모를 먼저 평하자면 완벽하게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무척이나 매력적인데, 특히나 웃을 때와 화가 났을 때의 그 표정의 갭 차이가 완벽하게 매력적이다. 아마도 그의 연기력이 너무 좋아서일 테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주인공에게 완벽하게 몰입해있었다. 직업이 형사였던 만큼 화려한 액션씬도 많았는데,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변요한은 이번 범죄 액션 영화에서 선을 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반대로 김무열은 순수한 악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역시 영화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나 김무열 배우는 악역을 너무 잘 연기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런 모습들이 변요한과 더불어 자극적인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두 연기자가 이끌어가는 선과 악을 향해 극단적으로 달려간다.
일상과 너무 흡사한 범죄 액션 영화 속 장면들
몇 달 전에 내게도 이런 전화가 왔었다. 내 통장이 나쁜 사람들에게 이용되어서 검찰로 출두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에 내가 사용하는 통장이 어떤 건지도 빠삭하게 알고 있을 만큼 상대들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지 알면서도 나는 실제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찰 쪽에 전화를 해 봤을 정도였다.
최근에는 그 범행 방법이 한층 더 발전하여, 나처럼 의심되는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면 그 전화도 자신들에게 연결되도록 해킹해둘 정도라고 한다. 이러니 매일 뉴스에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보이스 피싱에 당했다는 이야기들이 올라오는 것이 이해가 간다.
나의 감상평
범죄 액션 영화 보이스를 관람하는 내내 두려움과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은, 이미 보이스 피싱이라는 범죄가 우리의 현실 속에 너무나도 밀접하게 들어와 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영화에서라도 속 시원하게 나쁜 범죄자들을 다 물리쳤으면 좋았을 텐데, 영화는 결말까지도 속 시원하게 권선징악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거미줄처럼 너무 많은 곳으로 뻗어있어서 이 쪽을 정리해도 곧 저 쪽에서 다른 가지가 뻗어 나와 새로운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는 현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 영화가 해피앤딩으로 끝났음에도 여전히 마음속에는 답답함과 두려움이 남아있다.
기존의 무서운 범죄들이 물리적인 해를 끼치는 것에 있었다면 이런 류의 범죄들은 육체적이나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피해를 남기지 않지만 그보다 무서운 심리적인 타격을 던진다. 얼마 전에도 뉴스에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왔었는데,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수술 중이라며 빨리 입금하지 않으면 수술을 못해서 아들이 죽을 거라는 전화에 늙은 어머니는 제대로 의심해볼 겨를도 없이 평생을 모아놓은 돈을 입금해버린다. 현재는 큰 금액의 경우 입금 후 30분이 지나야 출금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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