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죄와 벌, 줄거리
영화는 소방관 김자홍이 화재 속에서 아이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면서 자신이 죽었음을 깨닫게 된다. 김자홍은 저승차사 들을 따라 저승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죽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에서의 세계관은, 모든 죽은 사람은 사후 49일 동안 총 7개의 재판을 받게 된다. 생전에 지은 7가지 죄에 대한 심판인데, 김자홍은 타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으로 '귀인'이라 불리며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를 담당하는 차사(죽은 자를 위한 변호인이자 길 안내자)들 역시도 마음을 놓게 되는데, 총 7개의 모든 판결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이승에서 태어나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차사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는데, 차사들 역시도 인간을 환생시킴으로써 자신들 또한 이전 생에서의 죄를 씻어내고 환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홍이 7개의 지옥을 무사히 통과시키기 위해 차사들 역시 모든 노력을 다하게 된다.
첫 번째 지옥은 살인 지옥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죽게 한 죄를 묻는 지옥으로, 이곳에서 자홍은 의외의 살인죄에 대한 심문을 받게 된다. 바로 구조를 하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동료 소방관을 구하지 못하고 죽게 한 것. 차사 강림은 이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를 변호하며 무사히 첫 번째 지옥을 넘기게 된다.
두 번째 지옥은 나태 지옥으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나태하게 살았던 사람에 대한 죄를 묻는 곳이다. 영화에서 자홍은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했다. 밤도 낮도 없이 쉬지 않고 일을 했기 때문에 나태 지옥과는 관련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나태란, 단순히 몸을 쉬이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얼마나 책임감 있게 살아왔느냐에 대한 답이다. 그는 열심히 일을 했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었을 뿐,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살았던 것이 아니기 때문. 이곳에서 두 번째 위기를 겪지만 역시나 차사들의 우수한 변론으로 위기를 잘 극복하게 된다.
세 번째 지옥으로 가던 길에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출몰하게 되는데 차사들의 말로는 자홍의 가족들 중에 '원귀'(원한을 쌓고 죽어서 만들어진 악귀)가 생기게 될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동생이 죽어 악귀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괴물들 때문에 염라대왕까지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들은 다시 세 번째 지옥인 거짓 지옥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살아있는 동안 거짓말을 한 죄를 벌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자홍은 살아생전에 거짓말을 많이 해왔다. 선의의 거짓말이었으나 이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을 뻔 하지만 결과적으로 타인을 돕는 거짓말이었기에 무사히 넘어가게 된다.
네 번째 지옥은 불의 지옥으로 정의롭지 못한 사람을 처벌하는 곳이다. 차사들은 그동안 자홍에게 동생의 죽음에 대해 숨겨왔으나 이곳에서 자홍은 동생이 죽었음을 알게 된다. 군인이었던 동생은 군대에서 신참이 잘못 쏜 총에 맞게 된다. 총에 맞았을 당시 그는 아직 살아있었고, 병원 치료만 빨리 받았어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대의 선임은 자신의 출세에 해가 될 것을 염려하여 아직 살아있는 그를 땅에 묻어버린다. 산 채로 묻혀서 죽임을 당한 수홍은 결국 원귀가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배신 지옥과 폭력 지옥을 거쳐 천륜 지옥에 도착한 자홍. 천륜 지옥은 말 그대로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경우를 말한다. 그가 심판을 받는 동안 이승에서는 그의 동생이 원귀로 변해 날뛰게 되지만 하늘 너머로 보이는 죽은 형의 모습을 보자 가까스로 멈추게 된다. 사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매우 가난하고 힘들었다. 차라리 동반 자살을 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하여 동생과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자홍은 먼저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덮어 숨을 못 쉬게 하여 죽이고자 했었다. 결론적으로는 죽이지 않았지만 슬프게도 어머니는 그때 깨어있었고 아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 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던 셈이다. 아들이 자신으로 인해 그렇게 힘들다면 죽어주는 것이 낫겠다는 엄마의 사랑이었던 셈.
부모의 가슴을 무너져 내리게 만든 죄는 천륜 지옥에서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차사들의 지혜로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어머니는 이런 자홍의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되면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게 된다.
장편 웹툰 원작의 영화
원래 신과 함께는 장편 웹툰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웹툰에서도 물론 가족 간의 사랑이나 애틋함이 절절하게 담긴 에피소드들이 많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내용이 웹툰에 그대로 담겼던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의 보다 극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한국 스타일의 신파가 주요 스토리가 된 셈이다.
신과 함께 죄와 벌의 원작은 한국에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설화를 담아내고 있다. 인간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살아생전에 죄를 지은 사람과 남을 도왔던 착한 사람들이 죽고 나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이 이야기는 그중에서 아주 극히 일부분을 이용해 만든 영화인 셈이다.
사실 웹툰에서는 극적인 장면들이 많지 않고, 단편의 에피소드들을 묶어서 장편으로 만든 형식인지라 영화가 재미없거나 다큐멘터리처럼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었는데 확실히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충분히 재미있었고 웹툰과는 다른 이야기와 다른 매력들이 가득해 두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원작과 달라진 점
어떤 것이 더 재미있느냐 묻는다면, 두 가지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라 대답하기 힘들다 말하고 싶다. 영화는 하나의 스토리로 한국인들이 믿는 사후세계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고, 눈물 없이는 보기 힘든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서 절절하게 녹여내고 있다. 거기에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곁들여지면서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웹툰의 경우는 영화보다 조금 객관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주 긴 장편으로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다. 당연히 주연이 되는 인물들이 매번 바뀌기도 하고, 조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하면, 지루한 에피소드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철저한 자료 수집 덕분에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는 재미가 솔솔 했다.
나는 영화와 웹툰 모두 정말 재미있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 둘 중 한 가지만 접했던 관객이라면 부디 웹툰도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상평
신과 함께 죄와 벌은 전통 한국형 판타지 영화라 말할 수 있겠다. 그만큼 한국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케케묵은 설화를 잘 고증하여 대중들에게 알리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상당히 반갑고, 세계적으로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던 영화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은 유난히 더 '권선징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다. 나쁜 짓을 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고, 착한 일을 했다면 응당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 여기는 셈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죄를 짓는 사람들이 오히려 돈을 벌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가난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흔한 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소리가 더 이상은 농담이 아닐 정도로 죄를 지었어도 돈만 있다면 쉽게 무마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영화가 던지는 파장은 크다. 비록 살아서는 너희들의 돈으로 죄를 무마할 수 있었겠지만 죽어서는 기필코 그 모든 죄들을 벌하겠다는 하늘의 의지를 보여주는 느낌이었기에 속이 후련했다.
동시에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과,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 사람,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결국 제 부모에게는 불효자였던 평범한 남자. 이 모든 소재가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눈물과 웃음, 행복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게다가 훌륭한 CG 덕분에 보는 내내 어색함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누군가 한국형 판타지 영화를 묻는다면 나는 꼭 신과 함께를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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