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
2022년에 개봉한 영화 공기살인은 소설 ‘균’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4계절이 뚜렷한 나라인 대한민국에서는 가을과 겨울철 건조해진 날씨 때문에 감기나 이비인후과 계열의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가정에서 필수처럼 가습기를 사용해 왔다.가습기는 물을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곰팡이가 발생하거나 물 때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를 청소하고 살균해 준다는 제품인 가습기 살균제가 등장하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의 주된 피해자는 엄마들과 아이들이었다. 상대적으로 외부 활동이 많은 남편들이나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이다. 임산부들과 갓난 아기를 키우는 세대들은 건조해지는 겨울철이 되면 아이의 건강에 좋으라고 주로 하루 종일 가습기를 틀어놓곤 했었는데 이로 인해 갓난아이들의 피해가 매우 높았으며 초반 정부와 기업의 회피적인 대응으로 더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게 된다.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의문의 폐 질환.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의 증상에 당황한다.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정부의 도움 없이 사건을 밝혀내야만 했다.
2. 실화
세계적인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되어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는 오로지 한국에서만 판매가 되었으며 폐 섬유증을 비롯하여 천식, 폐암 등을 유발하여 총 1,7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5,902명 이상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영화 공기살인은 이러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당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서로 얽혔던 정부와 대기업들은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그저 피해 사실을 숨기고 축소하려는 양상을 보였고 전 국민들의 분노와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겨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도 이를 반영하기 위해 죽은 피해자의 가족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의사’와 ‘검사’가 등장하지만 이런 그들에게도 대기업과의 싸움은 힘겹기만 하다. 수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가해자가 없다는 논리에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또 한 번 좌절해야 했다.
또한 가습기의 주 사용자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슬픈 사건이기도 했다. 사망한 사람만 해도 1,700여명이지만 6천여 명에 육박하는 부상자들도 대부분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평생을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미 10여년도 넘게 훌쩍 지나버린 사건이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점차 잊히고 있지만 그때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후유증을 가진 채로 살아가야 한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잊지 말고 이를 기억하고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줄거리
의사인 태훈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다. 얼마 전부터 자주 아팠었는데 아내는 크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남편이 일하는 대학병원이 아닌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해왔다. 다행인지 아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서 그 동안 다니지 못했던 수영 교실에 다시 보냈는데 그날 아이는 의문의 이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그대로 태훈의 병원으로 실려오게 된다.
아이는 생각했던 것 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태훈은 아이의 아픔을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아내에게 사실대로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린다. 아내는 슬픔을 뒤로 한 채 병원 생활을 위한 짐을 챙기러 잠시 집으로 향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대로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갑작스럽게 아이가 쓰러진 것도 당황스러운데 이번에는 아내까지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태훈은 아내를 부검해보는데 부드러워야 할 폐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오랜 의사생활동안 처음보는 상황에 당황한다. 이 정도로 폐가 망가지려면 오랜 시간 동안 폐 질환을 앓았어야 하는데 아내의 동생인 영주와 이야기를 해 보니 불과 몇 달 전의 건강검진에서도 아내의 폐는 정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태훈과 영주는 조사를 통해 이와 같은 증상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람들이 매우 많음을 알게 된다. 알 수 없는 폐 질환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명칭조차 없는 질환. 그리고 그들을 하나씩 만나며 조사하던 중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공통적으로 가습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습기에 사용되는 가습기 살균제가 범인임을 알게 되지만 이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은 돈으로 자신들의 범죄를 수습하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들까지 매수함으로써 피해자들이 대응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다.
재판이 열렸지만 혐의 없음으로 풀려나고 국제기업인 오투는 서우식이라는 인물을 통해 남아있는 가습기 살균제마저 빨리 팔아버리려고 한다. 즉 그들은 제품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판매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우식 역시 가습기 살균제에 아이를 잃은 아버지였고 결국 오투 대표는 구속이 된다. 하지만 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처벌이나 대책 없이 그저 사고로 일을 빠르게 처리해버리고 만다.
4. 후기
영화는 그때의 상황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7년에 걸쳐 발생한 사건으로 그만큼 피해자가 많았고 먼저 사망한 사람들은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했다.
이 사건이 잔인했던 이유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나 기업의 어떠한 대책이나 보상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평생을 후유증을 안은 채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폐는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힘든 장기다. 특히나 한 번 섬유화가 진행되면 폐렴에 걸리는 것 만으로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을 정도로 합병증이 무서운 장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어린 아이들이었으며 이로 인해 평생을 호흡기를 낀 채로 살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더욱 분노스러웠던 것은 이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에만 문제가 되는 제품들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안전관리체계가 그만큼 미흡했고 국민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제품을 제대로 된 검사조차 하지 않은 채로 승인해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겨울철이면 필수적으로 가습기를 사용한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도 개인 가습기를 사용하기도 하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학교나 독서실에서 가습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과거를 너무 빨리 잊은 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모든 피해자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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