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역사까지도 웃음으로 풀어낸 영화
코미디 영화 해적은 분명 슬프고 암울한 시대적 배경에서 시작된다. 나라는 망하고, 장군은 왕을 배신하고 새 나라를 세운다. 그 와중에 왕에 대한 충심을 지키려던 장사정은 그들에게 역적으로 몰려 형제 같은 전우를 잃게 된다. 왕이 바뀌는 과정에서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죽임을 당했고, 더 많은 백성들이 고통받았다. 그들은 명분을 새우기 위해서라면 죄 없는 백성들을 해적이라 거짓말하여 몰살시키는 등의 잔인한 행동을 한다.
혼란한 나라 속에서 이제는 왕이 아닌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분명 내용은 진지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순간까지도 웃기는 상황이 연출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중간에 화려한 CG 기술도 돋보이는데, 분명 화려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장면들이 끼어있어 마치 재밌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화려한 액션마저도 웃기게 담은 감독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두 주인공 배우를 비롯하여 수많은 조연들 역시 한국에서는 훌륭한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배우들인데, 그 배우들의 조합으로 이런 웃기는 장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영화 해적은 너무 우울하거나 힘든 날에 보면 웃음을 되찾아줄 코미디 영화이다.
줄거리
이 영화는 1388년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위화도에서 전쟁을 진행 중이던 이성계 장군은 왕을 배신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생각에 전쟁 중간에 군사를 되돌린다. 대부분의 장수들은 훗날의 부귀영화를 생각하며 이성계의 행동에 새로운 충성을 맹세하지만 단 한 명, 주인공 장사정은 이런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꾸짖으며 반대한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서 자신만 잘 살아남으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가득 찬 모흥갑은 스스로 나서 형제 같던 동료 장사정을 처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서 장사정은 그에게 치명상을 입힌 뒤 도망간다.
몇 년이 지나, 장사정과 그를 따른 군인들은 산적으로 변해있다. 산적의 삶에 적응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귀여운 아저씨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반면 그 당시의 한국은 중국을 부모의 나라로 섬기고 있었는데, 이성계는 사신을 시켜 중국의 왕에게 새로운 나라를 세웠음을 보고하고 국호와 옥쇄를 받아 돌아오게 시킨다. 사신은 이를 잘 이행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만 고래를 만나 배가 난파되고, 옥쇄는 고래가 삼켜버리는 비운을 겪게 된다.
이를 이성계에게 그대로 보고하면 목숨이 달아날 것을 예상한 그들은 고래가 아닌 해적에게 옥쇄를 도난당했다고 거짓말로 보고를 한다. 화가 난 이성계는 15일 안에 해적들을 몰살하고 이를 찾아오라 명령한다. 이로써 시간을 벌게 된 그들은 모흥갑을 감옥에서 풀어주며 고래를 잡아 옥쇄를 가져올 것을 명령한다.
여자 주인공인 여월이 소속된 해적단에서는 대장인 소마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부하들을 팔아버리려 한다. 이를 본 여월은 그를 처단하고 선원들을 이끄는 새로운 단주가 된다. 모흥갑은 이들을 협박하여 고래를 잡아오지 않으면 이들의 가족들과 지인들을 모두 찾아내 죽여버리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들 역시 고래를 찾으러 나선다.
반면 장사정 역시 고래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에게 안정된 삶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래를 잡기 위해 나선다. 여월의 해적과 장사정의 산적은 이리하여 만나게 되는데, 고래를 잡을 폭약을 구하는 장면에서부터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친해지는 과정까지 끊임없이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결국 고래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두 주인공의 힘으로 고래는 다시 바다로 가라앉는다. 악역들은 배와 함께 폭파되어 마지막을 맞이하고 장사정은 새로운 왕에게 부디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 진심을 다해 말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돋보인 영화
이 영화에는 주연에서부터 조연까지 전부 연기력이 훌륭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 덕분에 재미있는 장면들은 그 웃음이 두 배가 되었고, 아픈 현실을 풍자한 장면에서는 보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만들었다. 특히나 코미디 영화 전문 배우 유해진의 천연덕스러운 애드리브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생각날 정도로 웃겼다.
훌륭한 연기력이 없었더라면 자칫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는 이 영화의 조합을 이만큼이나 훌륭하게 끌어준 것은 전체적인 출연진들이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제 역할을 충분히 살려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손예진은 이런 연기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이었는데 의외로 영화 속에 잘 녹아 난 점이 훌륭했다.
이 쟁쟁한 배우들을 하나로 모아 어색함 없이 한 편의 영화를 완성시킨 이석훈 감독 역시도 대단하다 평가받는다.
후기
한국에서는 코미디 영화들이 높은 평점을 받기 힘든 편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장대하고 웅장한 스토리를 좋아하고 볼거리 많은 화려한 액션이나 극도로 무서운 호러 영화에 좋은 평점을 주는 편이다. 다소 잔잔하고 웃기는 영화에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평점 8.51을 받았다. 더군다나 866만 명이 봤을 만큼 손꼽히는 성공 영화로 자리 잡았으며, 출연진들은 주연, 조연 모두 각종 영화제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이 코미디 영화는 매력적이다. 물론 분위기나 취향에 따른 호불호는 분명히 존재한다. 내 주변에서도 이 영화가 별로였다는 지인이 있었고, 또 최근 본 영화 중에서 가장 훌륭했었다는 평을 하는 지인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화는 단점을 감추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고, 많은 사람들을 웃음으로 이끌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배우 손예진과 김남길의 조합은 최고였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만들어지는 장면은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훌륭했다. 특히나 김남길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마치 제 본모습인 것처럼 소화한다. 코미디는 물론, 로맨스, 액션도 기본이고 우울한 디스토피아 장면들도 너무 멋지게 연기하는 배우라 개인적으로 팬이다. 이번 영화 해적에서는 어딘가 엉뚱한 면모가 있는 의리 있는 반란군 역할을 맡았지만 다음 영화에서는 또 어떤 역할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릴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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